2005년 열린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부문에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탁월한 극본을 선보인 다섯 작품이 후보로 올랐다. 이들 영화는 로맨스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풍부한 서사와 개성으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각 후보작의 줄거리와 키워드를 정리하고, 창의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최고의 영예를 안은 수상작을 살펴본다.
1. 각본상 후보작, 각본가 소개
《이터널 선샤인》 각찰리 카우프먼
《애비에이터》 존 로건
《호텔 르완다》 키어 피어슨, 테리 조지
《인크레더블》 브래드 버드
《베라 드레이크》 마이크 리
2. 각본상 후보작 정보: 줄거리, 키워드
1) 《애비에이터》
“미래는 나에게 속해 있어.”
사업가이자 영화감독인 ‘하워드 휴즈’는 젊은 나이에 할리우드와 항공 산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공중전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지옥의 천사들》로 할리우드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후 항공기 개발과 세계 일주 비행 등 야심 찬 사업에도 몰두했다. 완벽주의자인 하워드는 비행기 설계와 영화 제작의 세세한 부분까지 집착하며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의 강박적인 결벽증과 비행 중 겪은 사고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은 점차 불안정해졌고, 손을 수없이 씻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며 은둔하는 시간도 늘어갔다.
연인 ‘캐서린 헵번’과의 관계도 그의 괴팍한 성격 때문에 긴장이 감돌았으며, 공황 발작과 같은 증세는 성공 뒤에 가려진 그의 내면의 고통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하워드는 TWA 항공사를 이끌며 경쟁사 팬암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고, 상원 청문회에 나가 반대 세력에 당당히 맞서 자신의 명예를 지켰다. 결국 그는 혁신과 성공으로 전설이 되었지만, 내면에는 끝내 고독과 광기가 남아 그의 삶을 지배한다
위대한 성공 뒤에 숨겨진 대가는 무엇인가?
천재와 광기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키워드: 항공 혁신, 할리우드 황금기, 야망과 성공, 강박증, 천재와 광기
2) 《호텔 르완다》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본다고 해도 ‘정말 끔찍하군’
한마디 하고는 계속 저녁 식사를 할 겁니다.”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 사건을 배경으로, 호텔 매니저인 ‘폴 루세사바기나’의 실화를 그린다. 벨기에계 고급 밀 콜린스 호텔의 지배인인 ‘폴’은 후투족이지만 아내는 투치족으로, 민족 간 갈등이 폭발하자 가족과 이웃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다. 정부군과 민병대가 거리에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하는 가운데, 폴은 용기와 기지로 호텔을 피난처 삼아 수백 명의 난민을 보호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군인들에게 뇌물을 주고 외교 채널을 동원하는 등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 호텔 안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고자 애쓴다. 국제사회와 UN 평화유지군이 속수무책으로 철수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폴은 포기하지 않고, 협박과 폭력이 밀려올 때마다 침착하게 대응하며 사람들의 희망을 지켜낸다. 호텔 밖에서는 대학살의 참상이 계속되었지만, 폴의 인간애와 지도력으로 호텔 안에서는 기적적으로 생존자가 늘어간다. 결국 폴과 그의 가족, 그리고 호텔에 숨어든 사람들은 극적으로 구출되어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난다.
학살의 현장에서 한 개인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가?
키워드: 르완다 내전, 대학살, 인종 갈등, 인간애, 용기와 희생
3) 《이터널 선샤인》
“망각은 축복이야.”
소심하고 내향적인 ‘조엘’은 활기차고 자유분방한 여자친구 ‘클레멘타인’과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성격 차이로 이별한다. 상심한 조엘은 과거의 고통을 지우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기억을 지워준다는 수상한 기업 ‘라쿠나 Inc’를 찾는다. 조엘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클레멘타인과의 추억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시술을 받는데, 기억 속에서 그녀와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이 사라질수록, 오히려 그녀를 잃고 싶지 않다는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 그는 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남은 기억 속 클레멘타인을 데리고 도망치듯 숨어 다니며 기억 저편 어딘가에 그녀를 남겨두려 안간힘을 쓴다.
한편 현실에서는 클레멘타인 역시 같은 시술을 받은 후 조엘을 기억하지 못한 채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웠지만, 운명처럼 다시 만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게 되었다. 재회한 두 사람은 우연히 자신들이 서로의 기억을 지웠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기를 선택하며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었다.
고통스러운 사랑의 기억을 지워버린다면 과연 마음의 상처도 사라질까?
키워드: 기억 삭제, 사랑과 이별, 두 번째 기회, 운명적 만남, 인연
4) 《인크레더블》
“모두가 슈퍼라면, 결국 아무도 슈퍼가 아닌 거야.”
과거 악당들과 싸우며 도시를 지키던 ‘밥’(미스터 인크레더블)과 ‘헬렌’(일라스티걸)은 정부의 슈퍼히어로 활동 금지 정책 이후 정체를 숨긴 채 평범한 가장과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밥은 반복되는 일상과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다시 영웅으로 활약하길 꿈꾸는데, 의문의 인물로부터 비밀 임무를 제안받고 홀로 모험에 나선다. 그러나 그 임무는 과거 그의 팬이었으나 외면당한 뒤 악당이 된 ‘신드롬’의 함정이었다.
위기에 처한 밥을 구하기 위해 헬렌과 투명인간 딸 ‘바이올렛’, 초고속 능력을 지닌 아들 ‘대쉬’까지 가족 모두가 힘을 합쳐 섬으로 향했고,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며 협력한다. 슈퍼 히어로 가족은 팀워크로 신드롬의 거대 로봇을 물리치고 도시를 구하며, 비로소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족의 가치를 당당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얼마 후, 새로운 악당이 나타나자 온 가족이 함께 출동하며 다시 영웅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가족의 유대가 개인의 정체성에 어떤 힘을 주는가?
키워드: 슈퍼히어로의 일상, 가족애, 정체성 찾기, 팀워크, 평범함과 특별함
5) 《베라 드레이크》
“난 그저 힘든 처지에 놓인 아가씨들을 도와주려 했을 뿐이에요.”
1950년대 영국 런던, 가정부로 일하는 ‘베라 드레이크’는 친절하고 헌신적인 아내이자 엄마다. 겉으로는 평범한 중년 여성인 그녀에게는 남몰래 어려운 처지의 여자들을 돕는 비밀이 있다. 베라는 당시 불법이었던 낙태를 아무 대가 없이 도와주며, 절망에 빠진 어린 여성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자 했다. 남편과 자녀들마저 그녀의 이러한 일을 전혀 모르고 지냈지만, 어느 날 시술을 받은 한 소녀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서 베라의 선행은 덜미를 잡히고 만다. 경찰이 베라의 집에 들이닥치자 그녀의 숨겨온 비밀은 가족 앞에 드러났고, 충격에 빠진 가족들은 혼란과 슬픔에 휩싸인다.
베라는 체포되어 조사받는 동안에도 자신이 돈 한 푼 받지 않고 오로지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담담히 밝힌다. 결국 법정에 선 그녀는 사회의 법을 어긴 대가로 실형을 선고받고, 가족과 눈물로 이별하며 교도소로 향한다.
어렵고 절박한 상황에서 법을 어겨서라도 남을 도와주는 것이 과연 잘못일까?
키워드: 불법 낙태, 연민과 희생, 여성의 권리, 가족의 사랑, 법과 도덕
3. 제77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및 선정 이유
각본상 수상작 :
《이터널 선샤인》 찰리 카우프먼
《이터널 선샤인》 각본상 선정 이유 :
기억을 지운다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사랑과 이별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기발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시간 순서를 뒤섞은 서사 구조와 인물 내면의 심리를 녹여낸 대사들은 관객에게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재미와 깊은 공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특히 과거와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인 연출과 서정적인 스토리 전개는 단연 돋보였다.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은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를 현실과 환상 속에서 정교하게 풀어내어, 참신함과 완성도라는 두 가지 면에서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