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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Parasite, 2019) : 나를 멈춰 세운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by 장미로 태어난 오스카 2025. 4. 26.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중 가장 강렬하게 남은 영화는 ‘기생충’이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스토리의 전개나 감독의 연출보다도 대사의 힘과 장면 하나하나에 숨겨진 서사 구조가 너무 깊이 박혀서, 영화를 보고도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줄거리는 잘 알려져 있다.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이 부잣집 박사장네에 하나씩 스며들듯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가난한 자가 부잣집을 점령하는 풍자극'이 아니다. 나는 이 영화가 가진 “계급의 장벽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 장벽을 어떻게 인식하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특히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박 사장 부부가 차 안에서 나누던 대화였다. "선을 넘지 않아서 좋다."는 말은, 단순히 거리 유지가 아닌, 인간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의 선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장면에서 현실의 대화처럼 너무나 리얼하게 무력감을 느꼈다.

 

이 각본이 특별한 이유는 그저 잘 쓰여진 것이 아니라, ‘아무도 쉽게 말하지 않는 진실을 너무나 쉽게 말해버리는 용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난과 부를 말할 때, 불편해하는 감정들을 대사와 상황으로 정교하게 그려낸다.

 

“계단”과 “지하실”, “냄새”와 같은 시각적 상징이 각본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반복되며, 그 상징 하나하나가 단순한 요소가 아닌 극 전체의 내러티브를 이끄는 장치가  된다. 나는 이런 각본의 설계력이 놀라웠고, 같은 창작자로서 부럽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나오는 길, 나는 그냥 멍하게 걷고 있었다. 속이 뻥 뚫린 게 아니라 뭔가 막혀버린 듯한 느낌. 이 영화를 보기 전과 후, 나는 ‘각본’이라는 단어에 대해 더 무겁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기생충’은 단순히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건 현실을 영화보다 더 리얼하게 반영한 “사회의 시나리오”였고, 그래서 그 각본상이 더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중에서 단 한 편만 추천해야 한다면, 나는 지금도 주저 없이 이 영화를 고를 것이다.

(단지 우리나라 영화여서만은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