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자들 (The Candidate, 1972)
1972년에 개봉한 영화 후보자들 (The Candidate)은 미국 정치 시스템의 이면을 파헤친 정치 풍자 드라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았고, 각본은 제레미 라너가 집필했으며, 이 작품으로 그는 제4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선거 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치’라는 단어에 담긴 온갖 타협, 이미지 조작, 공허한 메시지들을 날카롭고도 리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관객은 진짜 정치가 무엇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1. 줄거리: 승리를 위한 연기, 진심은 어디에?
빌 매케이(로버트 레드포드)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인권 변호사다. 이념과 원칙을 중시하며 살아왔던 그는 어느 날, 민주당 측 선거 참모 루카스(피터 보일)로부터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는다.
처음엔 그 제안을 거절하던 매케이는, 상대 후보가 거물 공화당 상원의원 지리크라는 사실과 ‘어차피 질 선거이니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도 된다’는 조건에 마음이 움직인다.
그렇게 그는 캠페인을 수락하고,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거침없이 내세우며 선거 유세를 시작한다.
초반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매케이의 돌직구 발언과 신선한 이미지가 점점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론이 변하고, “당선 가능성”이라는 현실적 기준이 개입되자, 그는 점점 더 자신이 원래 비판하던 정치인들처럼 변해간다.
선거 전략팀은 그에게 말을 조심하라고 하고, 그는 점차 자신이 믿던 가치보다 “이길 수 있는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는 선거에서 승리한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유명한 마지막 장면에서, 빌 매케이는 조용히 선거 참모에게 묻는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뭘 하지?”
그 짧은 한 마디는, 그가 지금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정치란 무엇인지 관객의 머릿속에 깊은 회의감을 남긴다.
2. 감상평: 너무 현실적이라서 더 씁쓸한 이야기
《후보자들》은 50년도 더 된 영화지만,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에게 말하는 방식, 이미지 관리, 그리고 이길 수 있는 선을 넘지 않으려는 자세까지 지금의 정치판과 놀랍도록 닮아있다.
특히 주인공 매케이의 변화는 매우 현실적이다.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이상적인 정치를 꿈꾸는 진짜 ‘정치 신인’이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 시스템 안에서 자신이 비판하던 모습으로 변한다.
이 영화가 주는 불편함은, 관객이 그를 비난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왜냐하면 그 선택들은 하나하나 다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정치다. 이 영화는 그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3. 수상이유: 정치 드라마를 넘는 각본의 힘
《후보자들》이 1973년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유는 단순히 “정치”라는 주제를 다뤘기 때문이 아니다. 이 영화의 각본은 대사 하나하나가 살아 있고, 누구도 ‘설명체’처럼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설득력 있게 자신의 입장을 전한다.
매케이가 점점 타협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개, 그리고 유세 현장의 생생한 묘사, 언론과의 관계 설정, 이미지 메이킹 전략 등은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무엇보다 마지막 한 줄, “이제 우리는 뭘 하지?”라는 대사는 이 영화 전체를 통째로 설명하는 상징적인 문장이 된다.
4. 인상 깊은 장면
영화 중반, 매케이는 기자 인터뷰에서 자신의 진보적 견해를 솔직히 밝히며 유권자들을 놀라게 만든다. “나는 빈곤, 환경, 노동권 문제를 가장 중요한 정치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장면 이후, 참모들은 그를 몰래 불러 이렇게 말한다.
“그런 말은 좋은데, 그걸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도망간다.”
이후 매케이는 같은 주제를 말할 때 점점 더 포장된 표현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점차 모호해진다.
이 장면은 정치인의 진심과 ‘팔리는 말’ 사이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틈에서 매케이가 얼마나 위태롭게 흔들리는지 느껴진다.
5. 정리하며
《후보자들》은 지금 봐도 놀라운 영화다. 정치 풍자 영화는 많지만, 이처럼 차분하고 정제된 톤으로 현실의 씁쓸함을 조용히 파고드는 영화는 드물다. 이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 “정치란 무엇인가?” “신념은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당선된 후, 진짜 정치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1970년대에 만들어졌지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지금 더 와닿는 이유다.
《후보자들》은 정치라는 단어에 회의감이 드는 이 시대에 한 번쯤 꼭 다시 봐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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