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아카데미 각본상에는 진실과 거짓, 인간의 야망과 상처, 그리고 윤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강렬한 드라마가 후보에 올랐다. 인물 중심의 서사, 지역적 특색, 내면의 균열을 세밀하게 그려낸 각본들이 각축을 벌였고, 현실과 블랙 유머를 기막히게 직조한 작품이 각본상의 영예를 안았다.
1. 후보작 소개
《샤인》 얀 사르디, 스콧 힉스
《제리 맥과이어》 카메론 크로우
《론 스타》 존 세일즈
《비밀과 거짓말》 마이크 리
《파고》 조엘 코엔, 에단 코엔
2. 후보작 정보 : 줄거리, 메시지, 키워드,
1) 《샤인》
“Sometimes the silence is louder than any applause.”
호주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가혹한 통제 아래 피아노를 배운다. 그의 아버지는 가족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해외 유학을 반대하며 데이비드의 진로를 억누른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반항하고, 왕립음악원에서 인정받은 후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그
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완벽하게 연주하며 영예를 얻지만, 극도의 긴장과 아버지와의 단절, 정신적 압박 속에서 무너지고 만다. 결국 그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수년간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데이비드는 한 여성을 만나고, 사랑과 지지 속에서 서서히 회복해 간다. 그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아 사람들 앞에 서는 용기를 되찾고, 음악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려 한다.
천재성은 불행의 대가로 주어지는가?
상처 입은 영혼은 다시 노래할 수 있는가?
키워드: 천재, 음악, 학대, 심리적 붕괴, 회복
2) 《제리 맥과이어》
‘제리 맥과이어’는 LA에서 일하는 잘나가는 스포츠 에이전트다. 화려한 옷, 빠른 말솜씨, 수많은 스타 고객들—그는 '성공'의 상징 같은 존재다. 하지만 어느 날, 병원에서 한 운동선수가 다치는 모습을 본 뒤 큰 충격을 받고, 돈보다 사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밤새 문서로 작성해 회사에 돌리지만, 곧 해고당한다.
그를 따라 나선 유일한 이는 수줍은 회계 담당자 ‘도로시 보이드’. 그리고 고객 중 하나인, 신체는 작지만 열정으로 가득 찬 미식축구 선수 ‘로드 티드웰’. 제리는 도로시와 함께 새 회사를 꾸리고, 로드의 계약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성과 위주의 냉혹한 곳이다. 제리는 도로시와 사랑에 빠지지만, 진심보다는 위안처럼 관계를 이어가고, 결국 이별을 맞는다. 로드는 경기장에서 큰 부상을 입고도 기적처럼 일어나며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고, 그 감정의 진폭 속에서 제리는 진심의 관계가 무엇인지 다시 깨닫는다. 그는 도로시에게 다시 찾아가 당신은 나에게 완벽한 사람이라는 진심을 전한다. 사랑과 일, 인간적 신뢰가 회복되는 그 순간, 그는 진짜 성공에 도달한다.
진짜 성공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는가?
키워드: 성공, 진정성, 변화, 인간관계
3) 《론 스타》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에 자리한 작은 마을. 보안관 ‘샘 디즈’는 어느 날 사막에서 발견된 해골의 정체를 밝히라는 임무를 맡는다. 조사를 시작한 그는 이 유골이 과거 자신의 아버지이자 이 지역의 전설적인 보안관이었던 ‘버디 디즈’와 관련되어 있음을 감지한다. 버디는 지역 유지들에게 존경받았지만, 동시에 이민자와 반대 세력을 폭력적으로 제압했던 권위적 인물이었다. 샘은 진실을 찾아가는 와중에, 과거 연인이자 현재 학교 교사로 살아가는 ‘필라’와 재회한다.
두 사람은 어릴 적 사랑을 품고 있었지만, 필라의 어머니에 의해 헤어졌다. 샘은 필라와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가슴 아픈 가족의 비밀이 숨어 있다. 유골 사건과 함께, 현재의 삶과 과거의 역사, 개인의 사랑과 지역의 권력 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진실은 언제나 드러나야 하는가?
과거는 현재의 윤리를 어떻게 결정짓는가?
키워드: 역사, 정체성, 과거의 그림자, 국경, 선택
4) 《비밀과 거짓말》
런던의 중산층 흑인 여성 ‘호티스’는 입양되어 성장한 인물로, 자신의 친어머니가 누구인지 평생 궁금해하며 살아왔다. 그녀는 스스로 친모를 찾아 나서고, 예상 밖의 진실과 마주한다. 그녀의 생모는 백인 여성 ‘신시아’, 자포자기한 채 외롭게 살아가는 노동계급의 중년 여성이다. 신시아는 첫 만남부터 당황하고 두려워하지만, 호티스는 담담히 진실을 받아들인다. 한편, 신시아는 자신의 또 다른 딸 ‘록산’과도 단절된 관계를 유지 중이다. 외부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내면은 외로움으로 가득 찬 이 가족은, 호티스의 등장으로 일련의 감정 폭발과 마주하게 된다. 잔잔한 대화와 시선 속에서 인물들이 드러나며, 끝내 화해와 이해에 이른다.
피보다 진실이 더 중요할 수 있는가?
우리는 거짓으로 가족을 유지할 수 있을까?
키워드: 가족, 정체성, 인종, 화해, 감정의 소통
5) 《파고》
“ 이렇게 아름다운 날인데, 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미네소타주의 한적한 도시. ‘제리 런드가드’는 중고차 딜러로 일하는 평범한 남성이지만, 실제 그의 삶은 불안정하고 위태롭다. 장인의 경제적 권위에 눌려 있고, 회사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빚더미에 올라 있다. 절박함에 쫓긴 제리는 끔찍한 계획을 세운다. 두 명의 범죄자를 고용해 자신의 아내를 유괴시키고, 부유한 장인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해 이를 갈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지기 시작한다. 납치 직후 고속도로에서 세 명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 사람은 임신 7개월 차의 경찰 ‘마지 건더슨’이다.
마지는 느릿하고 사근사근한 말투와 외유내강의 태도를 가진 지방 경찰이지만, 수사에 있어서만큼은 집요하고 냉정하다. 그녀는 사건 현장의 단서들을 차분하게 추적하며 진실에 가까워지고, 점점 제리의 존재가 의심스럽게 떠오른다. 한편, 유괴를 실행한 범죄자 중 한 명은 점점 통제를 잃고 폭력적으로 돌변한다. 상황은 점차 피로 얼룩지고, 제리는 거짓말로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 하지만 결국 몰락의 길을 피하지 못한다. 반면 마지는 사건을 해결한 뒤 남편과 평범한 식사를 하며 “이렇게 좋은 세상에서 왜 그런 짓들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의 탐욕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가?
인간적인 태도는 어떻게 파국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가?
키워드: 탐욕, 평범함, 블랙 코미디, 인간성, 범죄, 도덕
수상작 및 수상 이유
3. 1997년 제69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및 선정 이유
각본상 수상작 :
《파고》 –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수상 이유 및 선정 이유:
《파고》는 미국 중서부 특유의 문화와 언어, 도덕적 풍경을 고유한 블랙 유머와 사실주의로 풀어낸 각본이다. 코엔 형제는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의 틀 속에, 도덕성과 탐욕, 인간적 따뜻함과 폭력을 절묘하게 대비시키며 극의 밀도를 높였다. 특히 '평범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이라는 작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통해, 일상의 균열이 어떻게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정교하게 직조했다. 마지 건더슨이라는 독특하고 인간적인 경찰 캐릭터는 각본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로, 관객에게 감동과 희망을 동시에 전달했다. 탁월한 캐릭터 구축, 간결하면서도 생생한 대사, 지역성을 살린 현실적 유머 덕분에 《파고》는 가장 완성도 높은 각본으로 평가받으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