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회 아카데미 각본상은 명성, 정체성, 권력, 성장 등 현대 사회와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조명한 작품들을 주목했다. 현실과 환상, 윤리와 욕망, 시대적 혼란 속에서 각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들이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후보작들의 줄거리와 키워드를 정리하고, 수상작이 각본상의 영예를 안게 된 이유를 살펴봤다.
1. 각본상 후보작, 각본가 소개
《버드맨》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니콜라스 지아코보네, 알렉산드로 디네리알리스, 아르만도 보
《보이후드》 각리처드 링클레이터
《폭스캐처》 맥스 프라이, 댄 퍼터맨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휴고 기니스
《나이트크롤러》 댄 길로이
2. 각본상 후보작 정보 : 줄거리, 키워드
1) 《버드맨》
“인정받고 싶어, 세상이 날 다시 봐주길 원해.”
‘리건 톰슨’은 한때 슈퍼히어로 영화 '버드맨'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현재는 잊혀진 배우로 전락해 있다. 그는 배우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브로드웨이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각색한 연극을 직접 연출하고 주연으로 무대에 올리려 한다. 그러나 연극 개막을 앞두고, 그는 끊임없이 내면에서 들려오는 ‘버드맨’의 목소리에 시달린다. 이 목소리는 과거의 영광을 상징하는 동시에 리건의 자존심과 불안, 자아를 집요하게 자극한다.
리건은 연습 과정에서도 배우들과의 충돌, 제작진과의 마찰, 가족 문제로 끊임없이 흔들린다. 특히 대체 투입된 완벽주의적 배우 ‘마이크’와의 갈등, 약물 문제로 고생하는 딸 ‘샘’과의 거리감은 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언론과 평단의 평가, 관객의 기대 속에서 그는 점점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고, 과거의 스타로 남을 것인지,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날 것인지 고민한다.
연극 초연 당일, 리건은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다시 각인시키고자 결심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무대에서 실제 총을 발사하며 대중과 자신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그가 병원에서 깨어난 후, 현실과 환상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듯한 이미지로 열린 결말을 맺는다.
우리는 타인의 기대와 시선 속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키워드 : 자아 정체성, 명성의 덫, 예술과 상업성의 충돌, 내면의 목소리, 사회적 기대와 자기 인식, 환상과 현실의 경계
2) 《보이후드》
“인생은 순간의 연속이야. 중요한 건 그 순간들을 어떻게 사느냐는 거지.”
텍사스에 사는 여섯 살 소년 ‘메이슨 주니어’는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 ‘올리비아’, 누나 ‘사만다’와 함께 살아간다. 어머니는 아이들을 위해 대학에 복학해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삶은 쉽지 않다. 아버지 ‘메이슨 시니어’는 주말마다 찾아와 메이슨에게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전해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올리비아는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남편들을 만나 재혼하지만, 두 번의 결혼 모두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관계로 인해 실패한다. 메이슨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가정의 불안정함을 체감하며 점차 내성적이고 사색적인 성격으로 변해간다. 누나 사만다는 메이슨과 다툼도 많지만, 그에게 세상과 사람에 대한 시선을 넓혀주는 중요한 존재다.
사춘기에 접어든 메이슨은 친구 관계, 첫사랑, 학교 생활 속에서 자아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사진이라는 취미를 통해 세상을 기록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실망과 기대를 동시에 겪으며 점차 독립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어머니는 아이들이 모두 떠나가는 현실에 허탈해하고, 메이슨 역시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다.
우리는 어떻게 성장하며, 그 선택과 과정에서 무엇을 남기는가?
키워드 : 성장, 가족, 시간, 선택, 정체성
3) 《폭스캐처》
“내가 원하는 건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이야.”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크 슐츠’는 형 ‘데이브’의 그늘 속에서 항상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미국 최대 재벌가인 듀폰 가문의 상속자 ‘존 듀폰’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존은 애국심과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내세워 '폭스 캐처' 레슬링 팀을 창단하고, 마크를 자신의 저택으로 초대해 훈련을 맡아달라고 제안한다. 마크는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주고 독립적인 성공을 약속하는 존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의 화려한 재력과 후원 아래 다시 한번 올림픽 출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존 듀폰의 통제욕과 정신적 불안정함이 드러난다. 그는 점점 마크에게 압박을 가하고, 마크는 훈련과 일상에서 무너져가기 시작한다. 이를 보다 못한 존은 마크의 형인 데이브 슐츠를 팀에 영입하려 하고, 데이브는 마크를 걱정해 결국 팀에 합류한다. 데이브는 선수들과 가족을 챙기며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주지만, 듀폰은 점점 더 자신과 데이브 사이의 신뢰, 마크의 독립성 모두를 위협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진 존 듀폰은 결국 극단적인 행동에 나선다.
우리는 왜 타인의 인정과 통제를 갈구하게 되는가?
키워드 : 권력, 인정 욕구, 통제, 불안, 형제
4)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세상은 이미 잔인해졌어. 그러니 우리가 더 품위를 지켜야 해.”
1960년대, 한 젊은 작가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방문해, 그곳의 주인 ‘제로 무스타파’를 만나게 된다. 제로는 호텔의 전성기였던 1930년대, 자신이 어떻게 이곳의 로비 보이에서 주인이 되었는지 들려준다. 당시 호텔의 전설적인 컨시어지 ‘구스타브’는 완벽한 서비스와 품위를 지키는 인물로, 고령의 부유한 여성 고객 ‘마담 D’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구스타브는 젊은 벨보이 제로를 후계자로 키우며 둘은 특별한 유대감을 쌓는다.
어느 날 마담 D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그녀의 유언장에는 구스타브에게 값비싼 르네상스 회화 작품 ‘소년과 사과’를 남긴다고 명시된다. 그러나 마담 D의 아들 ‘드미트리’와 가족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구스타브를 살해 혐의로 몰아세운다. 구스타브는 제로와 함께 그림을 훔쳐 호텔로 돌아오지만, 곧 체포되어 감옥에 수감된다. 감옥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구스타브는 다른 죄수들과 협력해 탈옥 계획을 세우고, 제로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탈출한다. 그들은 마담 D의 죽음 뒤에 숨겨진 음모와 드미트리 일가의 계략을 파헤치기 위해 다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호텔, 경찰, 군대, 암시장 브로커들이 얽히며 사건은 점점 더 커진다.
결국 마담 D의 진짜 유언장이 발견되고, 구스타브의 억울함이 밝혀진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구스타브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고, 제로는 그가 남긴 호텔과 정신을 이어받아 주인이 된다. 영화는 황금기 유럽의 우아함과 시대적 상실, 그리고 인간적 우정과 품위에 대한 이야기를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연출 속에 담아낸다.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키워드 : 우정, 품위, 혼란, 신의, 인간애, 모험. 가상 국가.
5) 《나이트크롤러》
“좋은 이야기는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야. 때로는 만들어내야 하지.”
‘루 블룸’은 로스앤젤레스의 밤거리에서 폐품과 철강을 훔쳐 생계를 이어가는 무직 청년이다.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적 기준에는 무감각하고, 성공과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어느 날 밤, 그는 교통사고 현장을 촬영해 뉴스에 판매하는 프리랜서 카메라맨들을 목격하게 되고, 이 직업에서 돈과 성공의 가능성을 본다. 곧바로 중고 카메라와 경찰 무선 스캐너를 구입해, 밤마다 범죄와 사고 현장을 쫓기 시작한다.
경쟁이 치열한 현장 속에서 루는 점점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을 촬영해 지역 방송국에 판매하며, 뉴스 디렉터 ‘니나’와 협력 관계를 맺는다. 니나는 시청률을 위해 루의 영상이 점점 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묵인하고, 루 역시 시청률에 맞춰 영상의 경계를 계속 넘어서기 시작한다. 루는 더 극적인 장면을 찍기 위해 사고 현장을 조작하거나 경찰보다 먼저 도착해 피해자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루는 성공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촬영 도중 자신의 보조였던 ‘릭’마저 위험에 빠뜨리고,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되지만 교묘히 법망을 피해 간다.. 결국 그는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더 많은 인턴들을 고용해, 폭력과 비극을 상품화하는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간다.
성공을 위해 우리는 어떤 윤리적 선을 넘고 있는가?
키워드 : 윤리, 미디어, 자극, 성공, 욕망, 파파라치. 기자.
3. 제87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및 선정 이유
각본상 수상작 :
《버드맨》 (Birdman)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니콜라스 지아코보네, 알렉산드로 디네리알리스, 아르만도 보
《버드맨》 각본상 선정 이유 :
‘버드맨’은 영화 내내 한 번의 컷 없이 이어지는 듯한 카메라 워킹과, 현실과 환상이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각본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과거의 명성에 집착하면서도 예술적 순수성을 갈망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현대인의 자아, 명성, 예술에 대한 집착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각 인물의 심리를 치밀하게 구축하면서도, 블랙코미디와 드라마, 판타지가 절묘하게 뒤섞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고, 영화 언어의 실험성과 메시지 모두를 만족시켰다는 점에서 제87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