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각본’은 이야기를 전개하고, 인물의 심리와 사건의 흐름을 촘촘하게 엮어 영화의 핵심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다양한 장르와 메시지를 담은 다섯 편의 작품이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각 후보작의 줄거리와 키워드, 그리고 수상작으로 선정된 이유까지 살펴보았다.
1. 각본상 후보작, 각본가 소개
《퍼스트 리폼드》 폴 슈레이더
《그린 북》 닉 발레롱가, 브라이언 커리, 피터 패럴리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데보라 데이비스, 토니 맥나마라
《로마》 알폰소 쿠아론
《바이스》 아담 맥케이
2. 각본상 후보작 정보 : 줄거리, 키워드
1) 《퍼스트 리폼드》
신은 우리가 그의 창조물을 파괴한 것을 용서하실까?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목사 '톨러'는 깊은 신앙심을 지닌 듯 보이지만, 사실은 과거에 큰 상처를 입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한때 군목이었지만, 아들을 전쟁터로 보냈고, 아들은 결국 전사했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간다.
250년 역사를 지닌 ‘퍼스트 리폼드’ 교회 담당 목사일을 보던 툴러에게, 급진적인 환경 운동가 '마이클'과 그의 아내 '메리'가 상담을 요청하며 찾아온다. 툴러는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해 미래가 절망적이라고 믿고 있는 마이클과 대화를 나누며 그의 불안과 두려움을 공감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클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다.
충격을 받은 툴러는 마이클이 남긴 자료를 탐독하며 점점 급진적인 사상에 빠져든다. 결국 자신이 속한 교회와 종교 조직의 위선을 깨닫고, 환경 문제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극단적인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툴러를 향한 메리의 순수한 신뢰와 사랑이 그를 붙잡는다.
종교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환경 문제는 개인의 신념과 행동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가?
키워드 : 종교, 환경 문제, 죄책감, 도덕적 갈등, 신앙
2) 《그린 북》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뉴욕에서 일하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토니 발레롱가'는 거칠고 직설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나이트클럽에서 경비원으로 일한다. 하지만 클럽이 문을 닫으면서 새로운 직업을 찾던 그는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닥터 '셜리'의 운전기사로 고용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와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설리, 너무 다른 두 사람을 위한 여행 안내서 ‘그린 북’에 의존해 남부 투어를 시작한다. 여전히 강한 인종 차별이 남아 있는 남부에서 토니는 설리를 보호할 필요를 느낀다. 처음에 둘은 성격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지만,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토니는 셜리가 겪는 차별을 목격하며 점점 인식이 변하고, 셜리 역시 토니의 인간적인 면모를 받아들이며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진다. 하지만 남부에서의 투어는 점점 더 험난해지고, 셜리는 백인 전용 공간에서 공연을 하면서도 정작 같은 장소에서 식사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다.
차별과 존엄성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인종 차별은 개인 간의 교류로 극복될 수 있는가?
우리는 편견 없이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가?
키워드 : 인종차별, 우정, 음악, 편견, 변화
3)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권력은 부동산과 같다. 원천에 가까울수록 가치가 높다.
18세기 영국, 병약하고 우울한 '앤' 여왕은 절친한 친구이자 정치적 조언자인 '사라' 부인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나라를 통치하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궁에 들어온 사라의 사촌 '애비게일'이 그녀의 자리를 넘보며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순진하고 순종적인 듯 보였던 애비게일은 점점 자신의 야망을 드러내고, 여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사라와 애비게일은 정치적, 감정적, 신체적 관계를 활용하여 여왕의 곁을 차지하려 하지만, 결국 애비게일이 승리하며 사라는 궁에서 쫓겨난다.
권력을 차지한 뒤 애비게일은 점점 공허함을 느끼고, 여왕 역시 외로움 속에서 허탈감을 맛본다.
권력은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고도 행복할 수 있는가?
키워드 : 권력, 여성 정치, 야망, 계략, 역사
4) 《로마》
우리는 혼자야. 뭐라고 해도, 여자들은 항상 혼자야.
1970년대 멕시코시티, 중산층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클레오'는 가족의 일원처럼 보이지만, 신분의 경계를 항상 실감하며 살아간다. 그녀는 주인 '소피아'와 네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며 집안일을 책임진다. 한편, 소피아의 남편 '안토니오'는 집을 떠나는 일이 잦아지며, 결국 가족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함께 사라진다. 클레오 또한 연인인 '페르민'과의 사이에서 임신을 하게 되는데, 그가 무책임하게 그녀를 떠나면서 홀로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소피아의 가정이 흔들리는 가운데, 클레오는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지만, 여전히 소피아의 아이들을 돌보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하던 중, 클레오는 거리 시위에서 총격 사건을 목격하고 아이를 사산하게 된다. 그녀는 슬픔을 억누르고 다시 소피아의 가족에게 돌아가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가 자리 잡게 된다.
이후 소피아는 남편 없이 아이들을 키우기로 결심하고, 가족은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클레오는 소피아의 아이들이 바다에 휩쓸리는 위기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그들을 구해낸다. 그녀는 자신의 아기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졌지만, 이 순간을 통해 자신이 소피아의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을 깨닫는다.
계급은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결정하는가?
삶은 반복되는 것인가, 변화할 수 있는 것인가?
키워드 : 계급, 가족, 여성, 사회 변화, 이별
5) 《바이스》
권력을 가지면, 사람들은 항상 그걸 빼앗으려 들지.
'딕 체니'는 젊은 시절 술에 취해 문제를 일으키던 무능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야심 있는 아내 '린'의 독려로 정치에 입문하고, 백악관에서 경력을 쌓으며 권력의 작동 방식을 철저히 배운 다. 그는 닉슨과 포드 행정부에서 행정 경험을 쌓은 후, 국방부 장관과 에너지 기업 CEO를 거쳐 조지 W. 부시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직에 오른다.
9·11 테러 이후 국가 안보를 빌미로 이라크 전쟁을 주도하고, 석유 기업과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며 미국의 경제·외교 정책을 뒤흔든다. 또한, ‘고문’이라는 표현 대신 ‘강화된 심문 기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전쟁 범죄를 정당화하고, 헌법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냉정한 정치 전략과 국민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힘을 휘두르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부통령이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어떻게 남용될 수 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정치적 조작에 쉽게 휘둘리는가
키워드 : 정치 권력, 권력 남용, 부시, 딕 체니, 이라크 전쟁, 정보 조작, 블랙 코미디
3. 제91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및 선정 이유
각본상 수상작 :
《그린 북》(Green Book) 닉 발레롱가, 브라이언 커리, 피터 패럴리
《그린 북》 각본상 선정 이유 :
인종 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미국. 흑인 피아니스트 셜리 박사와 그의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의 실제 여행 이야기를 기반으로, 실화의 감동적인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영화적 각색을 가미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전통적인 로드 무비 형식을 따르면서, 두 주인공이 여행을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내, 개인의 성장과 우정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루면서도, 특정 시대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인간애와 이해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탄탄한 서사 구조와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캐릭터 묘사, 희망적인 메시지는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