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링(1965)
1965년에 개봉한 영화 《달링(Darling)》은 당시 영국 사회의 젊은 세대를 대변하며 동시에 비판하는 작품이다. 런던의 광고, 패션, 미디어 업계를 배경으로, 젊고 아름답지만 내면은 공허한 여성 다이애나의 삶을 따라간다. 이 작품은 제3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시대의 공기와 인간의 허무함을 날카롭고 세련되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감독은 존 슐레진저, 주연은 줄리 크리스티. 각본은 프레데릭 라파엘이 썼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일 정도로 솔직하고 냉소적인 여성 중심 서사로, 지금 봐도 낡지 않은 매력을 가진 영화다.
1. 줄거리
다이애나는 모델로 일하며 런던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여성이다. 외모와 기회, 그리고 야망으로 무장한 그녀는 언론인 로버트와 관계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다. 하지만 사랑, 일, 욕망이 얽힌 복잡한 감정 속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와 가능성을 좇으며, 이전의 삶을 쉽게 버린다.
다이애나는 로버트를 떠나 부유한 광고인 마일스와 함께하고, 이후에는 프랑스 귀족 가문과의 만남까지 이어진다. 영화는 그녀가 선택하는 삶이 점점 더 화려해질수록, 그 안에서 느끼는 공허함이 커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다이애나는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조차 혼란스러워지고, 손에 넣은 삶이 곧 외로움과 허무로 돌아오는 순간을 마주한다.
2. 감상평
달링을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이야기의 세련됨과 감정의 빈틈이 기묘하게 공존한다는 점이었다. 화면은 세련되고 대사도 멋지지만, 정작 인물들은 모두 외롭고 불안하다. 특히 다이애나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자기중심적인 인물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시대가 만들어낸 상징처럼 보였다.
줄리 크리스티의 연기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설득력이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움, 가벼움, 허영, 외로움까지 한 얼굴에 담아낸다. 처음엔 그녀가 일종의 ‘현대적인 여성상’처럼 보였지만, 갈수록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선 다이애나를 비판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동정하게도 만든다. 그녀는 주변 인물들을 이용하고 버리지만, 정작 가장 자신을 소모한 건 다이애나 자신이다. 외부 세계의 화려함은 점점 의미 없어지고, 그녀는 결국 자신이 왜 살아가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남게 된다.
3. 수상 이유
프레데릭 라파엘의 각본은 겉으로 보기엔 간단한 삶의 전개를 따라가지만, 그 안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촘촘하게 깔려 있다. 대사는 자연스럽고, 이야기의 전환은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흐트러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시대정신을 명확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60년대 중반, 변화와 자유를 외치는 세대 속에서 그 자유가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한 작품이다. 인물의 행동이 때로는 이기적이고 불쾌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조차도 그 시대의 불안과 갈증을 반영하는 장치다.
4. 인상 깊은 장면
영화의 후반부, 다이애나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손에 넣은 듯 보이지만, 정작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주변은 고급스럽고 조용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아무 감정도 없다. 그 순간, 이 영화의 메시지가 명확해졌다. ‘너는 결국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았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로버트와 다이애나가 처음 관계를 맺고 난 후 나누는 대화였다. 둘은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대사 사이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너무도 차갑고 계산적이다. 서로에게 기대는 척하지만, 누구도 상대에게 온전히 기대지 않는다. 이런 정서가 영화 전반에 흐르며, 인간관계의 실체를 꼬집는다.
5. 정리하며
《달링》은 영국 사회의 거울이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다. 화려한 외면과 불안한 내면 사이의 괴리, 성공을 좇다가 자아를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허무 속에서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프레데릭 라파엘의 각본은 이러한 감정과 메시지를 단단하게 엮어냈고, 그 덕분에 이 영화는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그 안에 담긴 공허함은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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