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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1960년~1980년

[제 39회 아카데미 각본상 : 남과 여] 조용한 위로처럼 다가온 사랑 (줄거리, 감상평, 수상이유)

by 장미로 태어난 오스카 2025. 11. 26.

 

남과 여 (A Man and a Woman, 1966) 

《남과 여》는 프랑스 감독 클로드 를루슈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66년에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감각적인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잔잔한 감정선으로 풀어낸 이 영화는 당시 유럽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3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외국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각본상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각본은 클로드 를루슈가 직접 원안을 썼고, 피에르 위테르후븐이 함께 각색에 참여했다. 언어적 요소보다는 시각적 흐름과 인물의 표정, 침묵 사이의 감정이 강조되는 이 영화는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1. 줄거리

자동차 경주에 인생을 건 남자 장 루이와, 스턴트맨 남편을 잃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인 안느. 두 사람은 자녀가 다니는 기숙 학교에서 우연히 만나고, 함께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여정에서 서서히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알아간다.

처음엔 조심스럽던 두 사람의 관계는, 짧지만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각자의 과거는 쉽게 지워지지 않고, 특히 안느는 남편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한다.

결국 둘은 잠시 멀어지지만, 영화는 마지막 순간 다시금 그들이 같은 공간에 함께 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기며 마무리된다.

2. 감상평

《남과 여》는 감정보다는 감각으로 다가오는 영화였다. 대사가 적고, 설명이 거의 없는 구조 속에서 나는 장면의 온도, 색감, 음악의 박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 마치 시처럼 흘러가는 영상들, 반복되는 테마곡, 그리고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이 모든 것이 사랑이 시작되는 그 순간의 어색함과 설렘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특히 인물들이 겪는 감정은 격렬하거나 극단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고 섬세해서, 더 진짜 같았다. 과거에 상처받은 이들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함께 있는 순간들에서 이미 그 답을 암시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건, 안느가 장 루이에게 마음을 열면서도 끝내 한 발 물러서는 장면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죄책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 짧은 장면이 너무 절묘하게 보여줬다.

3. 수상 배경

《남과 여》는 제3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후보로 지명되었고, 외국어 영화상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비영어권 영화가 각본상 후보에 오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그 자체로 이례적이었다.

영화가 가진 구조적 독창성, 그리고 감정을 대사보다는 ‘공기’로 전달하는 각본은 그 해 심사위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절제된 대사와 비선형적인 구성은 많은 평론가들에게 “한 편의 시 같다”는 평을 받았다.

4. 인상 깊은 장면

영화 전반에 흐르는 테마곡 "Dabadabada…"로 시작되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흑백과 컬러가 섞인 영상이 반복되며 마치 기억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말보다는 이미지로, 이미지보다는 감정으로 표현되는 그 장면은 지금 봐도 여전히 참신하다.

또한 기차 안에서 두 사람이 처음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잊을 수 없다.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보다가 눈이 마주치고, 서로의 마음이 조심스럽게 열리는 그 순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5. 정리하며

《남과 여》는 격정적인 사랑보다 조용한 위로를 닮은 영화였다. 대단한 사건도, 거창한 전개도 없지만, 오히려 그게 더 현실적이고 진실하게 느껴졌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도 다시 사랑을 시도해보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요란하지 않은 감정, 정제된 화면, 반복되는 음악. 이 모든 것이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스며들게 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