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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 리뷰

아티스트(The Artist, 2011) 침묵이 들려주는 이야기

by 장미로 태어난 오스카 2025. 12. 30.

아티스트포스터
아티스트포스터

 

 

2011년작 ‘아티스트’는 굳이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다. 그것은 대사 없이도 이야기의 모든 것을 전하고, 흑백 화면 속에서도 감정을 폭발시킨다. 처음엔 단순히 “옛날 영화 흉내” 정도로 생각하고 봤지만, 이 작품은 형식을 넘어서 감정 그 자체로 다가온다.

1. 무성영화가 전하는 깊은 감정

아티스트는 1920~3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무성영화 시대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가던 격변기를 그린다. 주인공 조지 발렌틴은 무성영화의 슈퍼스타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잊혀지는 인물이다. 반면, 신예 배우 페피 밀러는 유성영화 시대의 대표 스타로 떠오른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흥망성쇠’의 서사를 따르고 있지만, 무성영화의 방식으로 모든 것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감정의 기복, 캐릭터의 변화, 시대의 분위기까지. 그 어떤 대사 없이도 전해지는 이야기의 깊이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2. 조용한 화면에 담긴 소리 없는 울림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침묵’이다. 대사가 없다는 건 단순히 형식적인 제한이 아니라, 관객에게 더 깊은 몰입을 요구하는 장치가 된다. 장 뒤자르댕의 눈빛, 표정, 몸짓 하나하나가 대사의 자리를 대신한다. 말이 없기 때문에, 감정은 더 크게 다가온다.

특히 조지가 점점 몰락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마음을 조용히 아프게 만든다. 사람들의 관심이 줄고, 그의 영화가 외면받으며, 세상이 그를 잊어가는 속도는 무성영화라는 형식 덕분에 더 뼈저리게 느껴진다.

3. 사라지는 영광, 그리고 다시 잡은 손

페피 밀러가 조지를 돕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단지 성공한 후배로서의 동정이 아니라, 한 시대를 함께한 배우로서의 존경과 애정이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함께 춤추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는 여운을 남긴다.

그 장면 하나로 이 영화는 단순한 몰락과 부활의 이야기를 넘어선다. 시대는 바뀌고 형식은 달라졌지만, 진짜 예술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두 사람의 발끝에서 전해지는 감정은 그 어떤 대사보다도 깊었다.

4. 흑백이라는 선택의 용기

요즘처럼 시각적인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흑백영화로, 그것도 무성영화로 관객을 감동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은 이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 고전 영화의 진정한 가치를 되살려냈다.

영화 중간에 딱 한 번 등장하는 ‘소리’의 장면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모든 게 침묵으로 가득 차 있다가 갑자기 들리는 작은 소음 하나에도 관객은 움찔하게 된다. 그 감각은 무성영화가 가진 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5. 정리하며 – 말보다 깊은 영화

‘아티스트’는 단순한 영화적 실험을 넘어, 영화라는 예술 자체에 대한 오마주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은 말없이도 관객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시대를 초월한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그리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말이 많다고 진심이 전달되는 건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다. 조지의 표정 하나, 페피의 손짓 하나가 대사보다도 더 큰 울림을 주는 경험. 그것이 바로 아티스트가 남긴 진짜 감동이다.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조용한 장면 하나. 화면은 흑백이고, 소리는 없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어떤 화려한 영화보다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