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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 리뷰

[셰이프 오브 워터, 2018] 말 없는 존재들이 전하는 사랑의 언어

by 장미로 태어난 오스카 2025. 12. 13.

셰이프오브워터 포스터
셰이프오브워터 포스터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샐리 호킨스, 더그 존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
수상: 제90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등

 

1.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판타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은 ‘묘하다’였다. 196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말 못 하는 여성과 인간이 아닌 존재의 사랑 이야기라니. 설정 자체가 평범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고 섬세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계에 대한 비판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과 소통은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낯설고 이질적인 사랑이 얼마나 진실할 수 있는지 처음으로 실감했다.

 

2. 말보다 깊은 감정

주인공 엘라이자는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감정은 침묵 속에서 더 진하게 다가온다. 눈빛과 손짓, 표정으로 전하는 감정이 오히려 더 명확했고, 그걸 받아들이는 ‘그 존재’와의 교감은 너무도 순수했다.

나는 두 존재가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마다 마음이 뭉클했다. 말 없이 전해지는 사랑의 언어가 이렇게 깊을 수 있다는 걸 처음 느낀 영화였다.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감정은 이미 충분히 전달되고 있었으니까.

 

3. 외로움이 만든 연대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각자의 외로움을 안고 있다. 주인공 엘라이자뿐 아니라, 화가로 살아가는 이웃 남성, 차별받는 흑인 여성 동료, 심지어 실험실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관리자의 분노까지도 모두 외로움의 결과로 보였다.

나는 이런 설정이 참 뭉클했다. 세상에서 외면받고 배제된 존재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비밀스럽게 연결되는 과정이 너무 인간적이었다. 그들의 연대는 아주 조용하게 시작됐고, 끝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4. 아름다움과 그로테스크의 경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미장센은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실험실의 차가운 느낌과 집 안의 따뜻한 조명이 극적으로 대비되고, 물속 장면들은 거의 시처럼 느껴졌다. 모든 장면이 감각적으로 완성돼 있어서, 한 장면도 허투루 지나가지 않았다.

물속에서 춤추는 듯한 장면, 욕조 안에서 교감하는 순간, 정적 속에서 터지는 감정들. 나는 이 영화의 ‘시각적 언어’가 너무 인상 깊었다. 공포와 판타지, 로맨스가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는 이질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5. 사랑은 규정할 수 없는 감정

이 영화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은 무엇인지, 사랑을 판단할 기준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조용히 묻는다. 그리고 결국엔 이렇게 답한다. 사랑에는 정해진 모양이 없다고.

나는 이 메시지에 크게 공감했다. 사회가 규정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이 영화는 무너뜨린다. 그리고 사랑은, 서로가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것이 이 영화가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