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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 리뷰

[문라이트(Moonlight],2016] 달빛 아래, 진짜 나를 마주한 이야기

by 장미로 태어난 오스카 2025. 12. 15.

문라이트 포스터
문라이트 포스터

 

문라이트(Moonlight)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 배리 젠킨스
출연: 트레반테 로즈, 애쉬턴 샌더스, 알렉스 R. 히버트, 마허샬라 알리
수상: 제89회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1. 조용한 서사 속에 숨겨진 강렬한 감정

문라이트는 시끄러운 장면 하나 없이, 담백하게 흘러간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끝났을 때, 나는 무거운 돌 하나를 가슴에 안은 듯한 감정을 느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는 이야기인데, 그 여정이 나의 삶에도 조용히 스며드는 듯했다.

이 영화는 한 흑인 소년이 자라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세 시기로 나누어 보여준다. '리틀', '샤이론',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의 성장과 변화, 외로움과 갈등은 마치 내 안의 감정을 투영하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2.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이야기

문라이트의 대사는 많지 않다. 주인공은 대부분 침묵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어마어마한 감정이 담겨 있다. 나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느끼게 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예를 들어, 어린 샤이론이 바닷가에서 물 위에 처음 몸을 띄우는 장면이나, 어른이 된 그가 식당에서 첫사랑과 다시 마주하는 장면은 대사 없이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말보다 더 큰 울림이 있었다.

3. 정체성과 사랑, 그리고 용기

샤이론의 이야기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누구인지, 세상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보여준다. 이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 이 ‘과정’을 끝까지 따라가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가 ‘다름’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자신을 인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말해주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누구나 겉으로는 괜찮은 척 살아가지만, 속으로는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지 않을까.

4. 마허샬라 알리의 따뜻한 존재감

초반에 등장하는 후안(마허샬라 알리)의 존재는 짧지만 강렬하다. 겉보기엔 마약 딜러지만, 샤이론에게 그는 세상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존중해준 어른이었다. 나는 그의 대사 하나하나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꼈다.

특히 샤이론이 “게이란 건 뭐야?”라고 물었을 때, 후안이 보여준 태도는 이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함축하는 듯했다.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나는 그 장면을 다시 보고 또 보게 됐다.

5. 문라이트는 '빛'의 이야기

달빛은 어둠 속에서만 존재를 드러낸다. 나는 이 영화가 ‘문라이트’라는 제목을 가진 이유를 마지막 장면에서야 이해했다. 어둡고 외로운 삶 속에서도, 누군가의 존재는 조용히 빛난다는 것. 샤이론은 그 빛을 통해 진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관객인 나도 그 빛을 보며, 내 안에 숨겨두었던 감정을 하나씩 꺼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거창한 결말도, 큰 반전도 없지만, 그 자체로 너무도 진실하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