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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2000년 이후

[제 91회 아카데미 각본상:그린북] 특별한 우정을 만나다 (줄거리, 메시지, 수상 이유, 감상평)

by 장미로 태어난 오스카 2025. 5. 11.

 

 

그린북 포스터

 

그린북(Green Book)은 2018년 개봉한 미국 영화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포함해 작품상과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196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두 남자의 특별한 여정을 그린다. 각본은 닉 발레롱가(Nick Vallelonga), 브라이언 커리(Brian Currie), 피터 패럴리(Peter Farrelly)가 공동 집필했다.

 

1. 줄거리 요약

토니 발레롱가, 일명 토니 립은 뉴욕 브롱크스 출신의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나이트클럽 보안요원으로 일하던 그는 클럽이 잠정 폐쇄되자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되고, 유명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 제안을 받는다. 돈 셜리는 미국 남부를 순회하며 클래식 음악 공연을 하기로 되어 있었고, 당시 미국 남부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뿌리 깊게 남아있던 시기였다.

 

그는 '그린북'이라는 흑인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를 따라 호텔과 식당을 이용해야 했다. 처음에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충돌하던 두 사람은, 함께 여정을 이어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우정을 쌓아간다.이 여정은 단순히 물리적인 이동을 넘어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편견을 깨고 인간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2. 주제와 메시지

그린북은 인종, 계급, 문화의 차이를 넘는 이해와 존중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특정 인물만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고, 두 사람 모두가 서로에게 배움의 존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돈 셜리는 교육받은 예술가로서 세련된 말투와 품격을 유지하지만, 사회에서 자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고 고립된다. 반면 토니는 거칠고 직설적이며 인종적 편견도 갖고 있지만, 점차 셜리의 내면과 현실을 이해하게 되며 변화를 겪는다. 영화는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편견이라는 것이 특별한 이념이나 극단적인 태도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갖게 되는 사고방식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3. 감상평

그린북은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한국에서도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사회 안에서 ‘다름’을 대하는 태도는 국경을 넘어 보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토니의 변화는 타인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변화가 아니라, 스스로의 좁은 시야를 자각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외부인이나 소수자,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우리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 영화는 그런 시선을 내려놓을 필요성을 조용히 전하고 있다.또한 셜리가 겪는 이중적인 고립은 한국 사회에서 ‘정체성의 경계’에 선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감정이다. 자신이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우리가 얼마나 외롭고 취약해지는지를 셜리는 잘 보여준다. 영화는 그런 감정을 위로하고, 이해하는 용기의 가치를 일깨운다.

 

4. 각본상 수상 이유

그린북의 각본은 전통적인 로드무비 구조 속에서 인간의 관계와 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결합했다. 서사 구조는 예측 가능한 흐름을 따르지만, 대사와 장면마다 인물의 감정이 밀도 있게 녹아 있어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특히 토니와 셜리의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고 변화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

 

심사위원단은 인물 중심의 서사를 통해 감동과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 점을 높이 평가했으며, 이 작품이 단순한 인종문제 영화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교감의 이야기를 전한 점에서 각본상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5. 감독과 연기

피터 패럴리는 그동안 주로 코미디 영화를 연출해왔지만, 그린북에서는 감정선을 절제하면서도 강하게 이끌어내는 연출을 선보였다. 특정 장면을 감성적으로 끌고 가지 않고, 오히려 유머와 긴장을 교차시킴으로써 현실성을 유지했다.

 

비고 모텐슨은 토니 립 역으로 생동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고, 마허샬라 알리는 셜리 역을 통해 절제된 감정 안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두 배우 간의 호흡이 완벽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 마허샬라 알리는 이 작품으로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6. 한국 사회에서의 의미

그린북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다름에 대한 태도’이다. 우리는 다름을 공존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동질성 안에서 편안함을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회가 다층적으로 변하고 있는 지금, 이 영화는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킨다.

 

또한 그린북은 ‘배우고 바뀌는 인간’을 보여준다. 변화는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그것은 타인의 삶을 진심으로 들여다보려는 자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영화는 말한다. 이 점에서 한국 사회의 여러 갈등과 단절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7. 결론

그린북은 인종과 계급, 문화의 경계를 넘어선 우정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화려하거나 강렬한 연출은 없지만, 이야기 자체가 주는 힘과 감정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은 이 영화가 가진 서사의 완성도와 메시지 전달력을 공인받은 결과이며, 한국 관객에게도 공감과 성찰을 안겨주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린북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첫걸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