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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2000년 이후

[제 92회 아카데미 각본상:기생충] 계급의 장벽에 대한 인식 (줄거리, 메시지, 한국에서의 의의, 수상 이유 등등)

by 장미로 태어난 오스카 2025. 5. 9.

 

 

기생충 포스터

 

2019년 개봉한 기생충은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까지 석권하며 한국 영화 역사에 전례 없는 기록을 남긴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가 공동 집필한 이 영화의 각본은 전 세계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그 안에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1. 줄거리 요약

영화는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이 부유한 박 사장 가족의 가정교사, 미술 치료사, 가사 도우미, 기사로 하나둘씩 침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기우는 친구의 추천으로 박 사장의 집에 영어 과외를 시작하게 되고, 이후 그의 여동생 기정, 아버지 기택, 어머니 충숙이 차례로 박 사장 가족의 일상에 스며든다.

 

표면적으로는 희극적 요소가 가득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는 사회 계층의 단절, 빈부 격차, 냄새와 공간의 위계 등 뿌리 깊은 문제를 드러낸다. 결국 두 가족 사이의 간극은 폭력적 충돌로 이어지며, 상류층 가정의 정원에서 일어난 참극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결말로 이어진다.

 

2. 주제와 메시지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고착된 계층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영화는 부유한 박 사장 가족과 가난한 기택 가족을 단순한 선악 구도로 나누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입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 어떻게 충돌하고 뒤엉키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공간의 배치와 계단, 냄새는 영화에서 계층을 상징하는 강력한 장치로 기능한다. 지하와 지상, 비와 햇볕, 우산과 비닐봉지 등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으로도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 영화는 빈곤의 고통이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존엄성과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3. 감상평: 한국인으로서의 영광

기생충은 해외에서 먼저 각광받은 영화이지만, 한국인으로서 이 영화를 봤을 때의 감정은 무척 복합적이었다. 반지하라는 설정, 취업이 어려운 청년 세대, 부모의 세대에서 물려받은 계층적 한계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물 간의 말투와 분위기, 그리고 공간에서 느껴지는 심리적 위화감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더욱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박 사장의 무심한 한마디나, 냄새에 대한 언급이 가진 폭력성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히려 더 깊은 상처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단순히 극적인 사건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순간에 드러나는 무의식적인 차별과 긴장을 잘 포착했다. 그렇기에 한국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 한 줄, 시선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기생충을 보고 난 후, 나는 내가 속한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는 평범한 일상이라 여기는 공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접근조차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이 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뼈아프게 만든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박 사장 부부가 차 안에서 나누던 대화였다."선을 넘지 않아서 좋다."는 말은, 단순히 거리 유지가 아닌, 인간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계급의 선을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그저 잘 쓰여진 것이 아니라,‘아무도 쉽게 말하지 않는 진실을 너무나 쉽게 말해버리는 용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난과 부를 말할 때, 불편해하는 감정들을 대사와 상황으로 정교하게 그려낸다.

 

4. 각본상 수상 이유

기생충은 서스펜스, 블랙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이야기를 완성해낸 각본으로 큰 찬사를 받았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고유한 개성과 목적을 지니고 있으며, 각각의 행동이 서사의 전개에 설득력 있게 작용한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의 대사가 날카롭고도 유머러스하며, 장르적 혼합이 이질감 없이 구현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극의 흐름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전개되면서도 모든 장면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각본상의 주요한 수상 이유였다.

 

5. 감독과 연기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통해 세계 영화사에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사회의 본질을 짚어내는 데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주었으며, 기생충에서는 그 정점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각본을 더욱 생생하게 살려냈다. 송강호는 기택 역을 통해 절망과 체념, 그리고 마지막 폭발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했고,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등 모든 배우들이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며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6. 한국 사회에서의 의미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비롯해 주요 부문을 휩쓴 것은 한국 영화 산업에 있어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었다. 단순히 수상의 의미를 넘어서, 한국 사회의 복잡한 계층 구조와 문화가 세계적으로 공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였다. 이 영화는 한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비추되, 그 메시지가 보편적이기에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지역성과 보편성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앞으로의 한국 영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받은 셈이다.

 

7. 결론

기생충은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 예술적 완성도를 모두 갖춘 드문 작품이다. 특히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이 영화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자부심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민낯과 그 너머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게 만든다.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은 그저 해외 수상 실적 하나가 아니라, 한국적인 이야기가 전 세계에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중요한 지점이었다. 앞으로도 기생충 같은 작품이 계속 나와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가 여전히,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