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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 리뷰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 끝없이 흘러가는 시대, 붙잡을 수 없는 인간의 운명 삶은 예측할 수 없고, 세상은 계속 변한다. 영화 는 바로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무력해지는 인간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쫓고, 누군가는 도망치며, 누군가는 그 모든 걸 멀리서 바라본다. 이 영화는 범죄 영화의 틀을 빌리되, 결국엔 존재와 운명, 시대의 흐름에 대해 묵직하게 되묻는다.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이야기이야기의 중심은 우연히 거액의 돈가방을 손에 넣은 루웰린, 그를 추적하는 정체불명의 인물 안톤 쉬거, 그리고 그 뒤를 지켜보는 보안관 벨. 구조만 보면 단순한 추격극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 틀을 넘어서, 세 인물의 시선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다각도로 보여준다.벨 보안관은 점점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놓여 있다고 느낀다. 과거의 규칙은 무너지고, 도덕과 윤리는 통.. 2026. 1. 4.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 침묵을 뚫고 울리는 한 왕의 용기 왕이 말을 더듬는다. 사람들 앞에서 한 마디조차 떨림 없이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는 전쟁을 앞둔 나라의 왕이다. 《킹스 스피치》는 화려한 전투도, 정치적 음모도 없다. 하지만 말 한 마디, 목소리 하나에 모든 감정이 실려 있는 아주 조용하고도 뜨거운 영화다.불완전한 인간, 불가능한 책임조지 6세, 그는 원래 왕이 될 생각이 없던 인물이다. 형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포기하면서 억지로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문제는 그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말더듬.라디오 방송이 시작되던 시절, 지도자의 연설은 단순한 말이 아닌 국가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 앞에 서면 혀가 꼬이고, 단어들이 입속에서 부서져 나간다. 민망함, 수치심, 무력감이 동시에 밀려드는 장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긴.. 2025. 12. 31.
아티스트(The Artist, 2011) 침묵이 들려주는 이야기 2011년작 ‘아티스트’는 굳이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다. 그것은 대사 없이도 이야기의 모든 것을 전하고, 흑백 화면 속에서도 감정을 폭발시킨다. 처음엔 단순히 “옛날 영화 흉내” 정도로 생각하고 봤지만, 이 작품은 형식을 넘어서 감정 그 자체로 다가온다.1. 무성영화가 전하는 깊은 감정아티스트는 1920~3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무성영화 시대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가던 격변기를 그린다. 주인공 조지 발렌틴은 무성영화의 슈퍼스타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점 잊혀지는 인물이다. 반면, 신예 배우 페피 밀러는 유성영화 시대의 대표 스타로 떠오른다.이 영화는 전형적인 ‘흥망성쇠’의 서사를 따르고 있지만, 무성영화의 방식으로 모든 것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감정의 .. 2025. 12. 30.
[문라이트(Moonlight],2016] 달빛 아래, 진짜 나를 마주한 이야기 문라이트(Moonlight)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 배리 젠킨스출연: 트레반테 로즈, 애쉬턴 샌더스, 알렉스 R. 히버트, 마허샬라 알리수상: 제89회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1. 조용한 서사 속에 숨겨진 강렬한 감정문라이트는 시끄러운 장면 하나 없이, 담백하게 흘러간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끝났을 때, 나는 무거운 돌 하나를 가슴에 안은 듯한 감정을 느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는 이야기인데, 그 여정이 나의 삶에도 조용히 스며드는 듯했다.이 영화는 한 흑인 소년이 자라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세 시기로 나누어 보여준다. '리틀', '샤이론',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의 성장과 변화, 외로움과 갈등은 마치 내 안의 감정을 투영하는 거울처럼 느껴졌다.2. 말하지.. 2025. 12. 15.
[셰이프 오브 워터, 2018] 말 없는 존재들이 전하는 사랑의 언어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출연: 샐리 호킨스, 더그 존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수상: 제90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등 1.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판타지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은 ‘묘하다’였다. 196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말 못 하는 여성과 인간이 아닌 존재의 사랑 이야기라니. 설정 자체가 평범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고 섬세했다.‘셰이프 오브 워터’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계에 대한 비판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과 소통은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낯설고 이질적인 사랑이 얼마나 진실할 수 있는지 처음으로 실감했다. 2. 말보다 깊은 감정주인공 엘라이자는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 2025. 12. 13.
[노마드랜드(Nomadland), 2021] 떠도는 삶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감독: 클로이 자오출연: 프랜시스 맥도먼드, 데이비드 스트라탄, 린다 메이 외수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1. 정착하지 않은 삶의 용기《노마드랜드》는 경제적 붕괴 이후 정착할 집을 잃고 미국 전역을 밴으로 떠도는 여성, 펀의 여정을 따라간다. 펀은 도시도, 집도, 직장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이 영화는 정착과 안정이 ‘정상’인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취급되는 삶을 아주 조용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는 펀의 시선으로 바라본 광활한 풍경, 낯선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고독과 자유에 마음이 저릿했다. 2. 침묵과 여백이 채워주는 감정《노마드랜드》는 말이 많지 않은 영화다. 대사보.. 2025.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