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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소개43

[셰이프 오브 워터, 2018] 말 없는 존재들이 전하는 사랑의 언어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출연: 샐리 호킨스, 더그 존스, 마이클 섀넌, 리차드 젠킨스수상: 제90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등 1.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판타지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은 ‘묘하다’였다. 196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말 못 하는 여성과 인간이 아닌 존재의 사랑 이야기라니. 설정 자체가 평범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고 섬세했다.‘셰이프 오브 워터’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계에 대한 비판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과 소통은 존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낯설고 이질적인 사랑이 얼마나 진실할 수 있는지 처음으로 실감했다. 2. 말보다 깊은 감정주인공 엘라이자는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 2025. 12. 13.
[노마드랜드(Nomadland), 2021] 떠도는 삶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감독: 클로이 자오출연: 프랜시스 맥도먼드, 데이비드 스트라탄, 린다 메이 외수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1. 정착하지 않은 삶의 용기《노마드랜드》는 경제적 붕괴 이후 정착할 집을 잃고 미국 전역을 밴으로 떠도는 여성, 펀의 여정을 따라간다. 펀은 도시도, 집도, 직장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이 영화는 정착과 안정이 ‘정상’인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취급되는 삶을 아주 조용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는 펀의 시선으로 바라본 광활한 풍경, 낯선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고독과 자유에 마음이 저릿했다. 2. 침묵과 여백이 채워주는 감정《노마드랜드》는 말이 많지 않은 영화다. 대사보.. 2025. 12. 11.
[코다(Coda), 2022]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가장 따뜻한 소리 감독: 시안 헤더출연: 에밀리아 존스, 트로이 코처, 마리 매틀린, 다니엘 듀런트수상: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1. 고요한 집에서 홀로 소리를 듣는 소녀‘코다’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형제 사이에서 홀로 소리를 듣는 소녀 루비의 이야기다. 그 설정만으로도 마음이 찡했다. 가족은 서로 사랑하지만, 이해받기 위해선 더 많은 설명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루비는 그 간극을 연결하는 존재다. 통역자이자, 일꾼이자, 때로는 가족의 짐을 짊어진 아이.하지만 동시에 루비도 자신만의 꿈이 있다. 음악.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강한데, 정작 그녀의 가족은 그것을 ‘들을 수 없다’. 가족과의 단절을 의미할 수도 있는 그 길을 루비는 두려워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내디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 2025. 12. 9.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3] 리뷰 : 모든 게 가능하다면, 왜 지금 이 삶이 중요한가 2023년 아카데기 작품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리뷰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출연: 양자경, 키 호이 콴, 스테파니 수, 제이미 리 커티스수상: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1. 혼란스러운 시작, 그러나 빠져든다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너무 정신없고 산만하게 느껴졌다. 온갖 장르가 섞인 듯한 스타일, 다소 기괴한 설정과 유머, 빠른 편집과 변칙적인 전개. 솔직히 중반부까지는 ‘이게 무슨 얘기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하지만 그 혼란이 점차 의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겉보기엔 엉뚱하고 웃긴 장면들이었지만, 그 속엔 아주 깊은 감정과 서사가 녹아 있.. 2025. 12. 6.
[오펜하이머(Oppenheimer, 2024)] 리뷰 : 우리는 무슨 선택을 하고, 어떻게 책임지나 2024년 아카데미 작품상 : 오펜하이머(Oppenheimer, 2023)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오펜하이머는 단순한 인물 전기 영화가 아니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건 과학도, 전쟁도 아닌, 인간 내면의 무게였다. 그리고 그 무게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어깨 위로 함께 내려앉았다. 1. 경계에 선 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이 영화의 핵심은 '무엇을 발명했는가'가 아니라 '그것을 만든 사람이 어떤 생각을 했는가'에 있다. 오펜하이머는 단순히 천재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끝없이 충돌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는 능력이 있었고, 그 현실은 이후 세상의 판도를 바꾸었다.그런데 그는 단 한 번도 가볍게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 2025. 12. 3.
[제 37회 아카데미 각본상 : 파더 구스] 전쟁 속 웃음과 변화의 기록 파더 구스 (Father Goose, 1964) 전쟁 영화라고 해서 모두 어둡고 비극적일 필요는 없다. 파더 구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 속에서 뜻밖의 유쾌함과 따뜻한 인간미를 담아낸 작품이다. 196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심각한 전쟁 상황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그 와중에도 웃음과 사랑, 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건넨다.각본은 S.H. 바넷의 원안에 기반해 피터 스톤과 프랭크 타를로프가 완성했다. 이 각본은 제3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전쟁 속 인간 드라마’를 흥미롭게 풀어낸 사례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주연을 맡은 캐리 그랜트의 연기와 함께 각본의 힘이 돋보이는 영화였다.1. 줄거리이야기는 남태평양의 한 외딴섬에서 시작된다. 윌러(캐리 그랜트 분)는 술과 자유를 사랑.. 2025.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