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시안 헤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트로이 코처, 마리 매틀린, 다니엘 듀런트
수상: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1. 고요한 집에서 홀로 소리를 듣는 소녀
‘코다’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형제 사이에서 홀로 소리를 듣는 소녀 루비의 이야기다. 그 설정만으로도 마음이 찡했다. 가족은 서로 사랑하지만, 이해받기 위해선 더 많은 설명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루비는 그 간극을 연결하는 존재다. 통역자이자, 일꾼이자, 때로는 가족의 짐을 짊어진 아이.
하지만 동시에 루비도 자신만의 꿈이 있다. 음악.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강한데, 정작 그녀의 가족은 그것을 ‘들을 수 없다’. 가족과의 단절을 의미할 수도 있는 그 길을 루비는 두려워하면서도,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내디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이고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2. 침묵의 언어, 수어의 감동
이 영화에서 말보다 더 많은 걸 전달한 건, ‘수어’였다. 손짓과 눈빛, 표정만으로 이루어진 대화 속에는 목소리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와 딸이 서로 손을 맞대며 대화하던 장면, 콘서트에서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멍하니 앉아 있던 가족의 모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무엇보다 루비가 아버지에게 노래의 감정을 전하기 위해 수어로 가사를 들려주는 장면은 정말 눈물이 났다. 그건 단순한 ‘통역’이 아니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말로는 부족한 감정을 손끝으로 전하는 장면은, 조용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남겼다.
3. 따뜻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성장 이야기
루비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가족의 삶을 도울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삶을 살 것인가. 그 질문은 많은 청소년들이, 어른들도 삶에서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고민일 것이다. 영화는 이 갈등을 이상적으로 풀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이해하지 않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결국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걸 지지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가족은 비록 소리를 듣지 못해도, 루비의 마음을 듣고 있었고, 그녀의 미래를 지지해주는 선택을 한다. 그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4. 음악, 감정을 잇는 다리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음악이 단지 예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과 관계를 잇는 매개로 쓰인다는 점이다. 루비의 노래는 단순히 재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세상에 알리는 방식이다.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해 부른다’는 것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 오디션 장면에서 루비는 손으로 수어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녀의 몸짓과 목소리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관객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된다. 그 순간, 나는 이 영화가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라, 감정과 감각, 삶을 이야기하는 예술이라는 걸 실감했다.
5. 마무리하며
《코다》는 조용한 영화다. 큰 사건이나 화려한 연출 없이, 일상의 감정들로만 채워진 영화.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나 겪는 고민, 누구나 느끼는 외로움, 그리고 누구나 원하는 사랑이 있었다. 그래서 더 깊게 와닿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족이란 뭘까?’를 오랫동안 생각하게 됐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어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따뜻한 믿음을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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