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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 리뷰

[노마드랜드(Nomadland), 2021] 떠도는 삶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by 장미로 태어난 오스카 2025. 12. 11.

 

노마드랜드포스터
노마드랜드포스터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 프랜시스 맥도먼드, 데이비드 스트라탄, 린다 메이 외
수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1. 정착하지 않은 삶의 용기

《노마드랜드》는 경제적 붕괴 이후 정착할 집을 잃고 미국 전역을 밴으로 떠도는 여성, 펀의 여정을 따라간다. 펀은 도시도, 집도, 직장도 없다. 하지만 그녀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영화는 정착과 안정이 ‘정상’인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취급되는 삶을 아주 조용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는 펀의 시선으로 바라본 광활한 풍경, 낯선 사람들과의 짧은 만남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고독과 자유에 마음이 저릿했다.

 

2. 침묵과 여백이 채워주는 감정

《노마드랜드》는 말이 많지 않은 영화다. 대사보다는 표정, 침묵, 풍경이 감정을 설명한다. 그게 더 깊게 파고들었다. 펀의 외로움은 울지 않아도 전해졌고, 그리움은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장면 하나하나를 마치 다큐처럼 담담하게 쌓아간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관객이 스스로 그 여백을 채우도록 만든다. 그래서 어떤 장면은 슬픔으로 다가오고, 어떤 장면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의 진짜 힘은 그 ‘빈 곳’에 있었다.

 

3. 삶을 공유하는 방식

펀은 여행 중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노마드들과 함께 웃고, 밥을 먹고, 잠시 머문다. 그 중 누군가는 삶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한다.

나는 이 장면들이 참 좋았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지 않고, 위로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냥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만 꺼낼 뿐인데, 그게 위로가 된다. 진짜 연대는 그거 아닐까. 같은 곳에 머물지 않지만, 서로의 삶을 인정하고 기억해주는 일.

 

4. 자유는 외로움과 함께 온다

노마드의 삶은 보기엔 낭만적일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살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으며, 늘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나는 삶. 하지만 그 자유는 외로움과 고된 노동, 불안한 미래와 함께한다.

펀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나는 그녀가 강해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솔직해서 그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었다고 느꼈다. 인생은 늘 어딘가 불완전하고 불확실하니까.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이 영화엔 있었다.

 

5. 마지막 장면, 그리고 여운

영화의 마지막에서 펀은 다시 길을 떠난다. 떠나야 할 이유도, 돌아갈 곳도 명확하지 않지만, 그녀는 그렇게 살아간다. 마치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는 듯이.

나는 이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다. 뭔가를 바꾸지도, 해답을 주지도 않았지만, 그저 묵묵히 삶을 보여준 영화. 그래서 더 깊게 남았다. 노마드랜드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감정, 삶의 단면을 꺼내어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관객의 마음 어딘가를 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