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아카데기 작품상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리뷰
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키 호이 콴, 스테파니 수, 제이미 리 커티스
수상: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1. 혼란스러운 시작, 그러나 빠져든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너무 정신없고 산만하게 느껴졌다. 온갖 장르가 섞인 듯한 스타일, 다소 기괴한 설정과 유머, 빠른 편집과 변칙적인 전개. 솔직히 중반부까지는 ‘이게 무슨 얘기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혼란이 점차 의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겉보기엔 엉뚱하고 웃긴 장면들이었지만, 그 속엔 아주 깊은 감정과 서사가 녹아 있었다.
2. 멀티버스 안의 인간적인 질문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설정은 단지 도구일 뿐이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속에서 우리가 누구이며,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였다. 수많은 가능성과 현실 속에서 주인공 에벌린은 가장 보잘것없는 자신으로서 의미를 찾는다.
영화는 이렇게 묻는다. "모든 게 가능하다면, 왜 지금 이 삶이 중요한가?" 답은 간단했다. 바로 ‘함께’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딸, 가족과의 관계. 아무리 수많은 우주를 떠돌아도 결국 돌아올 곳은 ‘지금 여기’라는 사실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3. 가장 강한 무기: 친절함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남편 웨이먼드였다. 그는 강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지만, 끝까지 친절함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친절함으로 싸워.”
이 대사는 단순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우리가 종종 무시하던 감정이 사실은 세상과 사람을 지키는 가장 큰 무기라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줬다. 감정 없이 복수하거나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연민과 이해로 모든 것을 덮는 서사라는 점에서 참신하고 감동적이었다.
4. 조용한 감동: 바위와 침묵의 순간
가장 압도적이었던 장면은 말 없이 두 개의 바위가 대화하던 시퀀스였다. 아무 말도 없고, 소리도 없지만 그 장면은 오히려 영화 전체 중 가장 많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누군가와 그저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 이 조용한 순간이야말로 이 영화의 감정적 핵심이었다. 거대한 이야기 속에서 가장 작고 조용한 장면이, 모든 걸 설명해줬다.
5. 삶이 엉망일 때 필요한 이야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였다. 실패한 삶, 복잡한 감정, 어긋난 관계. 이 모든 걸 안고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괜찮아."
모든 우주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나라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이야기한다.
6. 마치며
혼란스러운 제목처럼 처음엔 쉽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본 뒤엔 그 제목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모든 것이, 모든 곳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세상. 그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서로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붙잡는 것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 아니라, 이 시대에 필요한 감정적 안내서 같은 영화다. 화려한 멀티버스 속에서 결국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사랑’과 ‘이해’라는 평범한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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